광복절 앞두고 태극기 시장 양극화…국내 제조업체 생존 위기
저가 수입 제품 확산에 국산 태극기 생산 기반 흔들려
광복절을 앞두고 태극기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지만 국내 태극기 제조업계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저렴한 수입 태극기가 온라인 판매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국내에서 직접 태극기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자체적으로 태극기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직접 만드는 업체 3~5곳 수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태극기를 직접 제작하는 국내 업체는 대한섬유, 동산기획, 동영플래그 등 3~5곳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업체들은 국내 제조업체를 통한 OEM 생산이나 외부에서 공급받은 원단을 활용해 제품을 가공·판매하는 방식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보다 태극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국내 제조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온라인에서는 100원대 제품도 판매
국내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가격 경쟁이 꼽힌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저렴한 수입산 태극기가 소비자들에게 쉽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소형 태극기 가운데는 장당 100~200원 수준의 제품도 확인된다.
반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은 원단과 인건비 등 제조 비용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
제품에 따라 수입 제품보다 가격 차이가 몇 배에서 많게는 20배 수준까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업체가 가격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
태극기는 단순한 기념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원단과 봉제, 인쇄 및 인건비 등 다양한 비용이 발생한다.
국내 제조업체가 중국산 저가 제품과 동일한 가격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소형 손 태극기처럼 대량으로 소비되는 제품은 가격 차이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각종 행사나 집회 등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태극기의 경우에도 가격이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저가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정에서 태극기 다는 문화도 약해져
국내 태극기 제조업계의 어려움은 수입 제품의 영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전체적인 태극기 소비량 자체가 과거보다 감소했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광복절과 삼일절 등 국경일마다 각 가정에서 태극기를 내거는 모습이 흔했지만 최근에는 가정에서 국기를 게양하는 문화가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다.
가정용 태극기 판매가 줄어들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생산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태극기의 이미지 변화도 변수
최근 태극기가 일상적인 국경일 상징에서 벗어나 정치 집회나 특정 행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태극기가 정치적 의미를 가진 상징물로 인식되는 경우가 늘면서 일부 시민들이 국기 게양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사회적 인식 변화가 태극기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광복절 특수에도 주문 회복 제한적
일반적으로 광복절을 앞두면 관공서와 각종 기관을 중심으로 태극기 주문이 늘어나는 것이 업계의 기대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예상했던 만큼 주문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부 업체들은 과거 함께 태극기를 제작하던 기업들이 하나둘 사업을 접으면서 국내 생산 기반이 계속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산 태극기 보호할 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
국내 태극기 제조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태극기부터 국내 생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극기는 일반적인 소비재와 달리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만큼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자국산 국기 사용 기준 마련
해외에서는 자국 국기의 생산 과정과 원산지를 법으로 규정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가 사용하는 성조기에 대해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원재료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도록 기준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대한민국국기법에는 원산지 기준 없어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민국국기법을 통해 태극기의 형태와 규격, 색상 등과 관련된 기준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태극기 제작에 사용되는 원단의 원산지나 완제품의 국내 생산 여부를 의무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국산 태극기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태극기의 규격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생산과 구매 과정에 대한 정책적 논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라지는 국내 태극기 생산 기반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이지만 이를 직접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저가 수입 제품과 온라인 가격 경쟁, 가정용 수요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이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광복절을 계기로 태극기의 의미뿐 아니라 국내 제조 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태극기를 만드는 기업이 계속 줄어들 경우 향후에는 생산 기술과 제조 인프라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소비자와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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